새해 첫 글이 불평이 되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새해가 되었는데 글 한번 안써서 뭔가 써볼까 하고 텀블러 타임라인에 접속했는데, 수많은 쓸모없는 블로그 추천들이 내 타임라인을 뒤덮고 있었다. 텀블러의 ‘Here’s a blog'는 비슷한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짜증나게 만든다. 사실 트위터의 추천도 약간 짜증스럽다고 느끼지만, 텀블러는 정말 심각하다. 무료로 서비스를 쓰면서 그들의 수익에 약간이나마 일조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정도로 불쾌하게 만들면 정말 곤란하다.
- 우선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다르게 블로그 포스트가 하나 떡하니 뜨므로 스크롤 높이가 거의 한페이지가량 된다. 내가 보기 싫은 글이 한페이지나 떠있는 불쾌감이 이루 말할수가 없다.
-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몰라도 내가 전혀 관심 없는 글들이 표시되며, X 버튼을 눌러서 없애도 새로고침만 하면 다시 완전히 똑같은 그자리에 들어와있다. 적어도 영구적으로 지워지거나, 보기 싫다고 한 블로그는 필터링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 텀블러의 특성 상 자극적이거나 딱히 평소에 쓸모없는 개그 등의 컨텐츠가 많다. 이런 건 추천을 통해 내 타임라인에 보여줄게 아니라 레딧이나 9개그가 하는 것 처럼 카테고리별로 따로 모아서 보여줘야한다.
- 텀블러는 트위터가 아니다. 블로그의 긴 글을 추천하는 방법은 트위터의 쪽글을 추천하는 방법과 달라야한다. 미디엄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면, 쾌적하게 글을 추천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 있다.
- 텀블러는 트위터가 아니다2. 트위터만큼 타임라인이 친구들의 글로 범람하게되는 플랫폼이 아니기때문에, 트위터 타임라인에 비해서 추천 비중이 너무 높다. 나같은 경우 거의 반정도 된다.
- 끌 수가 없다. 나는 페이스북때도 그랬지만, 내가 보기 싫은 것들을 강제로 보게하는 것에 대한 굉장히 큰 불쾌감이 든다.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끄는 방법을 제공했지만, 점점 그런 기능을 없앴다. 서비스 하는 입장에서 무조건 많이 보여주는게 왜 이득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사용자가 보고싶은 것만을 제대로 보여주는게 이득 아닌가?
최근 몇년 사이에 SNS들이 과거의 커뮤니티들을 모두 흡수해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 SNS들이 강제하는 ‘Social’적인 기능들에 불쾌감을 느낀다. 그런 불쾌함을 피하다 보면, 점점 인터넷에서 할게 없다. 과거 미화일 수도 있지만 폐쇄된 커뮤니티가 인터넷 여러 곳에 산재해 있었던 시절의 인터넷이 더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수의 사람들이 잘 쓰고 있으니 내가 성격이 꼬였다는 느낌도 들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좀 더 수고스러운 한이 있더라도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