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코딩에 매진했다. 따로 할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블로그의 디자인을 조금 바꿔보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나는 자주 블로그 디자인을 변경하는 편이다. 나는 개발자 답지 않게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훌륭한 디자인은 훌륭한 백엔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론트엔드에도 관심이 많지만, 디자인을 자세히 공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결과물은 별로 좋지 않다. 다만 블로그라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신경쓰게 만드는 부분인데, 블로그의 포스트는 글 자체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에 글쓰기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곤 한다. 최근에 생각하는 것은, 좋은 글이라는 것은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글이 깔끔하고 좋은 플랫폼 등을 만나면 읽는 입장에서 더 흥미롭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글에 시각적 장치나 위트를 섞는 것도 ‘보여주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글쓰기 플랫폼들에서도 그러한 시각적 장치를 설치하기에 알맞은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글쓴이의 '읽는 즐거움'을 신경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전적인 플랫폼 외에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의 정적 사이트 생성기(Static Site Generator)들이 깔끔하고 가독성 높은 테마들을 제공한다. GitHub의 CSS 언어란을 확인해도 블로깅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고전적인 블로깅 플랫폼인 WordPress나, 최근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Ghost 등도 건재하다. 요즘 즐겨 사용하는 Medium은 글쓰기를 위한 플랫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훌륭한 예를 제시한다(물론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일부 허술한 부분도 발견된다).

위의 플랫폼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글을 쓰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그 글을 보여주는 즐거움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내가 쓴 글이 훌륭하게 보여질 수 있다면 글쓰는 이의 입장에서도 글을 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글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Ruby의 블로그 엔진인 Jekyll의 인기 테마를 제작한 디자이너에게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디자이너가 블로그 테마를 만든 이유는 블로그가 글의 내용에 더 집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글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글의 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한다면 그 말은 실제로 옳다.

결론적으로 좋은 글과 그 글을 보여주는 디자인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해내는 것은 디자이너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있는 디자인을 공부해서 따라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다. GitHub에는 오픈소스 라이센스를 가진 수많은 디자인 리소스들이 있고, 일부는 따로 수정이 없이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쓴 글을 조금 더 나은 형태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즐거운 일이다. 즐거운 일에 시간을 아낄 필요는 없다. 앞으로도 더 나은 디자인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서 공부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