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약간은 이상한 사람들이다. 개발자가 단순한 공학자라면 그렇게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공학과 과학의 영역에 걸쳐있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자는 조금은 공학자이면서 동시에 조금은 과학자이게 된다. 아마 ‘이상하다'라는 속성은 과학자의 속성에서 왔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에고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이론에 대해서 과도할 정도의 주장을 펴기도 할 것이다. 개발자는 조금은 과학자이기 때문에 조금의 에고를 가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겠지만, 틀렸다. 개발자는 과학자보다 훨씬 더 이상하다. 그리고 그 이상함은 가끔은 나를 즐겁게하지만, 가끔은 나를 괴롭게 한다. 조금 그 괴로움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첫번째 사례는 소위 말하는 '코딩부심'이다. 대학교에서 까마득한 아래 학번들과 같이 수업을 들을 때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학부생이 아니라 회사에도 충분히 많고,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자부심이 왜곡되어 어디서든 그것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뭐야 이 오타쿠는'이 될 수가 있으니 정도를 잘 조절해야한다. 물론 나도 그것을 조금 못하기 때문에 항상 주의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생들이 코딩부심 부린다고 다른 수업에서 대놓고 코딩하거나 과제하거나 하는 것은 좀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학부 과제 코딩한다고 친구들과 얘기하며 교실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것도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들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다. 지난 학기에는 교수님이 대놓고 불쾌해하시는데도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도 봤다. 자부심은 좋은데 자부심이 과하면 기본적인 예절조차 지키지 못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염세주의자들이다. 이들은 개발자라는 직업이 굉장히 좋지 않은 직업이며, 코딩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나이 먹으면 관리직 해야지'등의 주장이 이런 경우에 속하고,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이들은 보통 사회 경험이 없거나, (무의미하게) 긴 사람들이 많다. 개발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주위에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사례도 많이 보았다. 한국에도 이제 개발하기 좋은 회사가 꽤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염세주의자들은 그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보통 인터넷 등에서 네타화되고 있는 프로그래머의 이미지만을 믿거나 스스로 스스로 경험한 나쁜 이미지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런 염세주의는 나에게 '나는 실력이 없고 더 잘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로 들린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프로그래머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고, 이는 전체적인 프로그래머의 질을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는 어설픈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사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어느정도 업무 능력이 있고, 심지어는 조금 잘하는 축에 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자기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이 부분이 위에서 말한 '에고'일 것이다)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한다. 개발자들이 어느정도 경력을 갖추었을 때 가장 되기 쉬운 것이고, 나도 사실 여기에 속한다. 반성하고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깃허브등에서 자신의 PR을 거절당했을 때 비신사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생산적이지 못한 피드백을 하는 경우이다. 혹은 반대로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남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업신여기는 경우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이는 최근 개발자들이 사회 활동 역시 중요하게 여기고, 깃허브등을 통한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더더욱 심해졌다. 다른 사례들은 일방적으로 짜증이 나지만, 이 경우는 양자간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더 조심해야 한다. 각자 최대한 겸손하려 노력하는 것 만이 해결방법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도 남들의 의견에 무심코 짜증을 내고 나서는 후회하며 댓글을 손보거나 지우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글이 뭔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 처럼 되었는데, 사실은 그게 맞다. 나에게는 가끔 이렇게 글로 정리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방법이며, 일종의 명상이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되고…'와 비슷한 원리로 나의 불쾌함을 나누어 조금의 안정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들을 나도 꽤나 하고있으므로, 일부러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기도 하다.